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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OF LIFE

끼리 끼리 직장 생활

jplee 2025. 5. 13. 01:05

2003년쯤이었을까. 중견기업의 아트실을 맡고 있을 때, 나는 30대 초반이었다.
그때는 팀원도 많았고, 퇴근 후 자주 어울리던 몇몇과 술자리를 자주 가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자리에서 나왔던 말들이나 감정의 화살은 대부분 PD나 C레벨을 향해 있었던 것 같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 나 라는 사람의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은 어리석고 자존감이 낮은 상태였다.-50대에도 어리석음은 여전히 남아있다. )
창업은 2005년 무렵이었는데, 처음엔 예전 팀원들의 도움을 기대했지만 생각만큼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때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
'20대에 직장에서 형성된 관계라는 건 정말이지, 바람에 날리는 깃털처럼 가볍구나…' 하는.
이후 내 불평 많은 성향은 창업 이후 몇 번의 고비를 지나며 조금은 눌리고, 그 과정을 통해 단단해졌다.
그 단단함이란 게 뭐 대단한 건 아니다.
고생을 참아내는 인내에 가까운 것이지, 세상을 꿰뚫는 통찰 같은 건 아니었다.
중국에 건너가서는 참 많은 대우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환경은 달라지고, 상황이 바뀌면 그에 따른 어려움도 따랐다.
그럴 때마다 아내가 옆에서 정신적으로 나를 붙잡아 주었고,
그 덕에 뒤늦게나마 '나는 참 생각이 많았고, 그 생각 대부분이 쓸데없는 거였구나' 하는 걸,
정말로 체감하게 된 건 50이 다 되어서였다.
그게 못내 아쉽다.
위에 쓴 주절거림이야말로 솔직히 말하면 아래에 내 생각을 흣뿌리기 위한 초벌구이같은 글이라는 것도 눈치가 빠르면 이미 알겠지만.... 


끼리끼리의 모임이라는 게 있다.
잘 생각해보면 학창 시절 공부 잘하던 애들이 모여 선생 욕하고 학교 욕하던 건 거의 본 적이 없다.
적어도 내 인생에선 그랬다. ( 뭐 혼자 머리속으로 생각하는건 무슨 문제가 되겠나. )
오히려 그런 성향은 공부 못하던 쪽에 많았고, 그건 자존감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본인들이 어느 정도 감당하고 끌고 가야 할 문제인데,
현실적으로 부모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자존감을 잘 세워주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런 성향은 고스란히 회사로 옮겨온다.
학교에서의 모습 그대로, 회사라는 공간 안에서도 바뀌지 않고 똑같다. 스타트업이라면 더 가관인데 회사를 자기 레벨로 끌어 당겨서 어떻게든 다운그레이드 시킨다. 한마디로 자기 얼굴에 스스로 침을뱉고 전개 한다. 주변 동료에게도 똑같은 패턴을 보인다.
끼리끼리 모여 낄낄거리며 타인을 흉보고, 대상이 상사든 동료든 누군가 하나를 꼭 찝어서 씹고 떠드는 모습은
그냥 심리적 불안정의 표현이다. 어떨때 보면 하이틴 드라마에서 요즘 등장하는 일진 인지 뭔지 하는 애들 보다 더 악날하다. 왜냐면 이건 뭐 완전 렌덤 처럼 수시로 바뀌고 자기들 끼리도 어제의 패거리가 오늘의 적이 된 마냥(국힘당도 아니고
..) 수틀리면 병신 만들기를 한다는 거다. 그런 행동은 '비겁함'으로 귀결된다. 사회 생활 아니 직장 생활 동안 그 중요한 시기에 고작 그런 것들을 몸에 남겨서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항상 주동자가 있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주동자가 있기에 그룹이 생기고, 그 주동자가 사라지면 자연스레 다음 서열의 주동자가 나타나는 식이다.
끝이 없다.
그래서 조직을 생각한다면, 그런 주동자는 최대한 빨리 찾아내서 단호하게 내보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그 무리를 통째로 정리하는 게 맞다.
암처럼 재발하니까.
(사람을 병에 비유하는 건 적절치 않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예로 든다.)
나 역시 지방대 미대 출신으로 자격지심에 찌들어 살았지만,
어머니의 지혜로운 지도 덕에 세상을 조금 더 이른 시기에 현실적으로 보게 됐다.
그 점은 지금까지도 내 판단력에 큰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내 분수를 잘 파악하고,
실수를 빨리 인정하고,
말조심을 생활화하며,
회사에서는 굳이 교분을 만들지 않고,
흡연자이지만 회사 사람들과는 절대 함께 담배를 피우지 않고,
점심은 자연스럽게 혼자 먹는 걸 선호한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는 말이 괜히 예부터 전해져 온 건 아닐 것이다.
MZ세대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고,
늘 그 수준의 무리들이 같은 패턴으로 살아왔던 것 아닐까 싶다.
모여서 주절거리며 타인을 재단하거나 흉보는 것이
과연 그들의 인생에 0.001%라도 도움이 되는 걸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난 1996년부터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해 오며
‘세 치 혀가 인생을 파국으로 끌고 가는’ 장면을 참 많이 봤다. (당연하게도 아니면 슬프게도 나도 그 중의 하나였던거다).
MZ건 뭐건 상관없다.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 한잔 타고 창밖을 보며 오늘 하루를 정리하고,
시시덕거릴 시간에 부모님께 전화 한 통,
연인에게 안부 문자 하나,
오랜만에 연락 못 한 친구의 소식을 궁금해하는 그런 시간이
더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요즘은 회사 생활도 안 하고 있지만,
이런저런 상황이 눈에 너무 잘 보여서 오랜만에 이렇게 길게 적어봤다.
근데... 사실 난 그런 친구들에게 관심이 없어서 이름도 모르는데... 주변 다른 분들이 힘들어 해서.... 
더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