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이유.
지하철에서 읽는 테크 블로그 글.
저번에도 한번 쓴 기억이 있다. 2023년 3월 입국 하고 맨탈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6월달 정도가 되어 가볍게 CG 회사를 잠시 도와주기 위해 언리얼엔진을 다시 만질 기회가 있었고 마야도 다시 만저볼 기회가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블로그를 좀 해 볼까? 라는 매우 단순한 이유로 티스토리 블로그를 만들었다. 아마도 그래서 블로그 이름조차 테크아트노마드 정도였던걸로 기억된다.
그때는 강화도 근교 석모도 섬에서 살고 있었는데 서울로 외출하기에 너무 힘들어서 강서구 마곡나루 부근에 원룸을 얻고 이태원으로 출근을 했었다. 와이프랑 떨어져서 잠시 살고 있으니 퇴근 후 할 것도 없고 하루종일 컴퓨터앞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더 블로그 글을 썼을것이다.
사실 뭐 내가 하는 분야라는게 잠깐 공부 한다고 해서 글 하나를 써 내려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간단한 내용이라면 뭐 그렇겠지만 그런 내용은 인터넷에 깔려있고 부지기수라서 굳이 내가 또 비슷한걸 써갈겨 놓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리고 내 머리속에 들어있는 것 들이라고는 대부분 회사에서 작업한 것들이라서 블로그에 올리기도 뭐했다. 그러니 이거 저거 띄고 나면 막상 쓸게 없었다.
그래서 번역글을 위주로 올리면서 “아~ 나도 공부 하는데 도움이 되겠네~” 라는 생각과 다른 한편으로는 “나 엄청 개을러서 공부 안할텐데~ 그래도 하루 하나 글을 올리면서 무너진 맨탈을 다시 돌려놔 보자. 뭐든 계획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것 부터 해 보자” 라는 엄청 단순한 시작으로 나를 위한 글 쓰기로 시작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게 뭐 내가 뭘 많이 알아서 쓰는것도 아니고 설령 진짜 내가 아는건 쓸 수도 없다. 최근 13년동안도 역시 월급 받고 그 회사의 기술을 개발 해 주는 일꾼이었기 때문인데 회사에서 뭔가 재법 내세울 만한 게 있더라도 상세히 뭘 쓰면 안되는 처지였고 지금도 사실 그렇긴 하다.
다시 돌아와서 하루 하나의 글이 번역글이 주로 많은 이유는…
번역을 하면 내가 알던 것과 비교할 수 있어서 좋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도 있기 때문에 교차 해 볼 수 있다.
번역글은 번역 소프트웨어의 도움도 받는데 종종 영어 듣기 평가 해서 영어로 받아 적고 러프하게 번역을 하고 다시 교정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영어 듣기 평가 후 AI 를 사용해서 초벌 번역 후 교정을 하는 편이다.
뭐 목적이 영어 능력 향상은 아니니까 말이다. 번역문은 교정을 위해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보는데 이때 공부를 하게 된다. 그 다음날 출근 할 때 지하철을 타면 어제 번역한 글을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본다.
보통 내 블로그에 방문한 분들이 글을 정말 처음 부터 끝까지 얼마나 완독할지는 모르지만 원래 이 글들이 나를 위한 글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도움이 된다. 보통의 사람들은 읽어 보세요. 하면 스크롤 쭉 해서 대충 보고 나중에 읽어 볼께요. 시전을 하게 되는데 오래 전부터 나는 그런 경향이 아니라서 컨퍼런스에 가면 완전한 경청 모드에 돌입하고 글은 최대한 천천히 읽는 버릇이 있다. 소설책은 제외 하지만 기술 서적은 최대한 천천히 읽어나가는 버릇이 있고 누군가 나에게 읽어보라고 추천 하는 것은 적어도 신중하게 읽어본다.
또 하나의 이유는 나중에 그 사람을 다시 만났을때 “ 읽어 봤어?” 라고 질문의 받았을 때 그 후의 대화를 이어가는데에도 아주 도움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글을 쓰는 기술은 소설가면 충분하다. 글을 읽는 기술이 실제로 우리에게 필요할 때가 더 많다.
오래 전 고등학교 시절 대한민국 100대 과학자로 선정 된 녀석이 짝꿍이었는데 나중에는 삼성 디스플레이에서 과학자로 일하다가 항공대 교수로 갔던 종원이라는 애다. 아마도 내 주변에 공부 잘 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었던 탓이었을지도 모르고 예전 삼성 종합기술원 팀장님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방금 또 삼천포로 빠졌지만…. 또 U턴으로 돌려서 보자면 지하철에서의 제한적 환경은 집중력을 활성화 시켜주는 경향이 있었다. 아무튼 그래서 내가 쓴 글을 지하철에서 몇 번을 다시 읽곤 한다.
2026년 1월 3일 현재 전체 글 총 554 개 인데 이 중에 500 개 정도가 기술 관련 글일 것이다. 종종 인생사도 적곤 하니까 말이다.
그럼 이제 지하철에서 읽은만 한 글 이라고 올리는 글들이 어떻게 집중 되는지 보자.
강제된 집중의 역설
우리는 집중하기 위해 카페를 찾고,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사고, 뽀모도로 타이머를 설정한다. 그런데 정작 가장 효과적인 집중 환경은 예상치 못한 곳에 있다. 바로 지하철이다.
지하철은 묘한 공간이다. 네트워크 상태가 고르지 못한 구간이 있고, 내릴 역까지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된다. 이 세 가지 제약이 역설적으로 완벽한 학습 환경을 만든다.
심리학의 "파킨슨의 법칙"에 따르면, 일은 주어진 시간만큼 늘어난다. 반대로 시간이 제한되면 집중력이 압축된다. 지하철 40분은 책상 앞 2시간보다 밀도가 높을 수 있다. 도착역이라는 명확한 마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선택지의 부재가 주는 자유
책상 앞에 앉으면 선택지가 너무 많다. 유튜브, 슬랙, 이메일, 트위터. 뇌는 끊임없이 "지금 이걸 해야 하나?"라는 질문과 싸운다. 이 의사결정 피로가 집중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이다. 지하철에서도 선택지는 많지만 책상 앞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지하철에서는 이 싸움이 사라진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선택지가 줄어들면 역설적으로 자유로워진다. "이것밖에 못 하니까"라는 상황이 죄책감 없는 몰입을 허용한다. 이것이 바로 "상황적 자기통제"의 힘이다. 다만 게임을 해야겠어! 라거나 넷플릭스 어제 못본걸 보겠어! 로 간다면 무의미 할 수 도 있다.
파편의 누적, 그리고 복리
하루 40분. 출퇴근 왕복 80분. 일주일이면 거의 7시간이다. 한 달이면 28시간, 1년이면 336시간. 풀타임으로 환산하면 8주 이상의 학습 시간이다.
테크 블로그 글 하나를 읽는 데 10분이 걸린다고 치자. 하루 4개, 일주일 20개, 한 달 80개, 1년이면 거의 1,000개의 글을 읽게 된다. 물론 모든 글이 인생을 바꾸진 않는다. 하지만 1,000개 중 단 10개만 깊은 통찰을 줘도, 그건 매달 하나씩 새로운 관점을 얻는 셈이다.
지식의 복리 효과는 여기서 시작된다. 렌더링 파이프라인에 대한 글을 읽다가 GPU 아키텍처에 관심이 생기고, 그게 셰이더 최적화 아이디어로 이어지고, 결국 프로젝트의 병목을 해결하는 열쇠가 된다. 이 연결고리는 계획할 수 없다. 오직 꾸준한 노출만이 만들어낸다.
우연한 발견의 가치
목적 지향적 학습은 효율적이지만, 뜻밖의 발견은 허용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만 찾다 보면 "언젠가 필요할 것"을 놓친다.
지하철에서의 읽기는 다르다. RSS 피드를 훑다가 전혀 관심 없던 주제의 글을 읽게 되고, 거기서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이것이 세렌디피티—계획되지 않은 행운이다.
스티브 잡스가 말한 "connecting the dots"는 과거를 돌아볼 때만 가능하다. 점을 찍는 순간에는 그것이 어떻게 연결될지 알 수 없다. 지하철에서 읽은 글들은 미래의 어느 순간 연결될 점들을 쌓는 행위다.
의식에서 습관으로
처음에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RSS 리더를 설치하고, 좋은 블로그를 구독하고, 오프라인 저장을 설정한다. 하지만 2주만 지나면 지하철에 타는 순간 자동으로 앱을 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루틴 형성은 1년 정도 반복하면 회사 안에서 자신의 업무 루틴도 만들어 내게 하는 강한 힘이 있다.
이것이 습관의 힘이다. 같은 장소(지하철), 같은 시간(출퇴근), 같은 행동(블로그 읽기)의 반복이 신경 회로를 형성한다. 더 이상 의지력을 소모하지 않는다. 그냥 한다.
1년 후, 당신은 같은 지하철을 타는 사람과 전혀 다른 곳에 서 있게 된다. 극적인 변화가 아니다. 매일 조금씩, 아무도 모르게, 당신만 아는 속도로 성장한 결과다.
결국, 선택의 문제
지하철 40분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그 시간에 SNS 피드를 스크롤할 수도 있고, 모바일 게임을 할 수도 있다. 그것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
하지만 기술적 성장을 원한다면, 1년 후 다른 곳에 서고 싶다면, 지하철은 생각보다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특별한 의지력 없이, 환경의 제약을 활용해, 복리로 쌓이는 학습.
내일 아침, 지하철 문이 열릴 때 무엇을 꺼내 들지 한번 생각해 보자.
마치며
2026년 새해가 이미 밝았다. 새해 인사를 전하면서 … 왜 이렇게 번역글이며 최근에 처리 했던 이런 저런 테크 관련 글들을 하루가 멀도록 올리는지 설명 해 봤다. 마지막으로 가능하면 글을 읽었으면 하트는 좀 눌러주시라.
'JOURNEY OF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5년을 마무리 하면서 나의 신입들 이야기 (0) | 2025.12.29 |
|---|---|
| BYTEDANCE 면접기록 (2) | 2025.12.10 |
| 텐센트 인터뷰 기록 (0) | 2025.10.27 |
| 2025년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0) | 2025.10.11 |
| 고객사 회식에 따라가 보았다. FEAT.스마일게이트 (0) | 2025.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