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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OF LIFE

2025년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jplee 2025. 10. 11. 01:42

석모도에서 보낸 이번 추석은 참 조용했다. 연휴가 길어서 4일 정도의 넉넉한 시간을 두고 다녀왔다. 오랜만에 별장에 가니 나무 냄새가 그대로였다. 몇 년 동안 장모님이 집을 봐 주셔서 덕분에 큰 손볼 곳은 없었다. 이제는 강화읍으로 이사를 하셔서 혼자 계시진 않지만, 집 곳곳에 장모님 손길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마당에는 장모님이 심어두신 감나무와 대추나무가 그대로 자라고 있었다. 감은 이제 막 색이 돌기 시작했고, 대추는 빨갛게 익어 있었다. 텃밭에는 고추랑 상추 줄기가 남아 있어서 비 온 다음날 흙냄새가 진하게 났다. 장모님이 여기서 매일 밭을 돌보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이번엔 오랜만에 온 김에 집 안 정리도 좀 했다. 창문 닦고, 오래된 이불도 햇볕에 널고, 마당도 쓸었다. 청소를 마치고 나니 공기가 달라졌다. 묵은 냄새 대신 깨끗한 바람이 돌면서 집이 다시 살아난 느낌이었다.
와이프는 마당에서 화로를 꺼내 고기를 구웠다. 차돌박이, 육사시미, 한우 모듬까지 준비해 와서 푸짐하게 먹었다. 비가 조금 내려서 모기가 많긴 했지만, 그 또한 시골의 맛이었다. 와이프는 비가 와도 개의치 않고 계속 고기를 굽고, 나는 불 앞에서 숯을 뒤집었다.

밤이 되자 바람이 선선해지고, 멀리서 파도 소리가 들렸다. 그러다 문득 하늘에서 들려오는 날갯짓 소리. 고개를 들어보니 10월의 기러기들이 줄지어 석모도로 돌아오고 있었다. 잠시 멍하니 바라봤다. 계절이 바뀌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칠 동안 그렇게 쉬다 보니 마음이 한결 느슨해졌다. 돌아오는 길에 바다를 한참 바라봤다. 기러기 떼가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걸 보며,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구나 싶었다. 도시에서의 시간은 늘 빠르지만, 석모도에서의 며칠은 참 천천히 흘렀다.

돌아오는 마지막 날 저녁식사는 다시 장모님과 함께 강화읍에서 보냈다. 꽤나 품질 좋아 보이는 한우 모듬과 육사시미 한 상과 맥주는 언제나 피로를 잊게 해준다.
벌써 금요일이 되었고 다음주면 다시 모두 업무로 돌아가는 길목으로 가야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번 추석 잘 보내셨길 바란다. 남은 가을은 조금 더 여유롭고 따뜻했으면 좋겠다.